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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냥이의 행복한 하루 : 고양이와 강아지산책길에서 만나는 강아지가 부러워 그러나 고양이는 고양이다워야 고양이
  • 컬럼니스트 주호석
  • 승인 2017.09.1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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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 디어레이크(Deer Lake)라고 하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 봄에는 호수 주변에 노란색의 수선화가 무더기로 피고 여름이면 호수 가장자리 가득 자라고 있는 수련이 삶은 계란을 예쁘게 잘라놓은 듯한 모양의 꽃으로 피어나 장관을 이룬다. 또 가을이면 호숫가 여기저기에 단풍나무가 빨강 노랑색으로 물들어 자연 그대로의 풍경화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해준다. 

디어레이크는 또 밴쿠버에서 다운타운 다음으로 큰 쇼핑몰들이 몰려있는 메트로타운 바로 코앞에 위치하고 있어서 보기 드문 도심 속의 호수로 유명하다. 처음 이 호수에 와보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아니, 도심 한가운데에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호수가 어떻게 있을 수가 있을까요?' 하고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또, 서쪽 하늘에 노을이 물드는 해 질 무렵이면 메트로타운 고층빌딩숲과 노을이 호수 위에 반사되어 마치 훌륭한 예술가의 작품이라도 감상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 호숫가에는 또 시에서 운영하는 셰드볼트(Shadbolt)아트센터라고 하는 멋진 문화예술건물이 자리 잡고 있어서 멀리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는 한다. 또 매년 여름 밴쿠버심포니오케스트라가 이 아트센터의 광활한 잔디밭에서 시민들을 위해 무료 연주회를 갖는데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려 여름밤을 즐긴다.

멋진 산책길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디어레이크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디어레이크에서 정말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가 또 하나 있다. 호숫가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산책길이다. 호수와 산이 많은 밴쿠버에는 여기저기 산책길이 많이 있는데 디어레이크만큼 안전하고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즐길 수 있는 산책길도 드물다. 또 한 바퀴를 걷는데 채 한 시간이 안 걸려 보통사람들의 산책 코스로 더없이 좋은 곳이다.

아내하고 나는 거의 매일 디어레이크 호숫가 산책을 한다. 그리고 산책할 때마다 두 가지 얘기를 자주 한다. 하나는 이렇게 훌륭한 산책길이 있는 아름다운 호숫가에 살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자는 것이다. 산책을 할 때마다 눈이 호강을 하고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이 편해지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집으로부터 지척의 거리에 멋진 산책길이 있어 건강을 챙길 수 있으니 그 또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양이는 고양이다워야 존재의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산책할 때 아내하고 자주 하는 그다음 얘기가 브루스 얘기다. 밴쿠버의 다른 동네 산책길과 마찬가지로 디어레이크 산책길도 강아지와 큰 개들이 사람못지 않게 많이 찾는 곳이다. 물론 주인들이 애완견 운동을 시키기 위해 함께 산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크고 작은 다양한 종류의 개를 디어레이크 산책길에서 매일 만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아내하고 하는 말이 있다. '브루스도 우리하고 같이 산책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이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인줄 알지만 주인과 함께 산책하는 강아지들을 보면 너무나 부럽기때문이다. 강아지도 즐겁고 주인들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우리도 즐거워지고는 한다. 브루스가 어렸을 때부터 우리와 함께 산책하는 훈련을 시켰으면 좋았을걸...하는 생각도 여러번 했었다.

그러나 그것도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걸 잘 안다. 원래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서 자기가 다니는 곳 외의 낯선 곳에 가는 것을 매우 싫어하고 독립심이 강해서 주인을 따라다니지 않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인터넷을 통해 주인과 함께 산책하는 고양이의 동영상을 본적이 있는데 한편으로는 신기하고 부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쩐지 고양이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보기에 썩 좋지 않았다. 고양이답지 않은 고양이를 보는 것 같아서였다.

또, 고양이를 키우는 지인 한 분이 어느 날 강아지처럼 고양이의 목과 어깨 부근에 줄을 매달아서 산책길로 데려갔더니 잔뜩 겁에 질려 땅에 납작 엎드린 채 움직이질 않더라는 얘기를 해준 적이 있다. 그 고양이가 얼마나 겁먹고 스트레스를 받았을지 안 봐도 충분히 알 수가 있다. 끈으로 묶였다는 사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 함께 섞여 있다는 사실이 고양이로서는 죽을 맛이었을 게 틀림없다. 그런 걸 무척 싫어하는 게 고양이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주인보다 동등하거나 주인보다 상전이라고 믿고 있는 고양이에게, 주인의 충복이라고 생각하고 복종하는 강아지처럼 행동하도록 강요한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몹쓸 짓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앞으로 세월이 많이 흘러 고양이가 인간에 좀 더 순종하는 상황이 되면 혹시 가능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욕심에 지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고양이는 고양이다워야 고양이로서 존재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컬럼니스트 주호석  genman2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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