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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냥이의 행복한 하루 : 잔머리 굴리다 딱 걸린 브루스잔머리 굴리다 딱 걸린 브루스
  • 컬럼니스트 주호석
  • 승인 2017.07.1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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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알게 된 사람 중에 아주 오래전에 밴쿠버에 이민 와서 한인 이민역사와 함께해온 분을 알게 됐다. 일찍이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학원을 차려서 돈도 많이 벌고 유명 강사로 이름도 날렸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지 사고방식이 거의 서양사람과 비슷하다. 처음 이민 와서 아는 게 별로 없던 시절 그분한테 많은 것을 배우고 이민 생활에 필요한 유용한 정보도 많이 얻은 바 있는 고마운 분이다.

그분 부부도 우리 집을 몇 차례 방문해 식사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우리도 그분 댁을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다. 그분 댁에 가면 아주 조그만 강아지가 한 마리 있었다. 그분들 말에 의하면 아주 영리하고 말을 잘 듣는 강아지라고 했다. 너무 사랑스럽고 이뻐서 강아지가 먹는 일상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간식용 과자까지도 꼬박꼬박 아주머니가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인다고 했다.
 

마스터 베드룸으로 통하는 창문 밖 데크에 앉아있는 브루스


그런데 한동안 그분들을 만나지 못한 상태로 지내다가 어느 날 한인타운 슈퍼마켓에 갔다가 우연히 마주쳤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자마자 그분이 강아지 얘기를 꺼냈다. 너무 슬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얘기인즉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부부가 여행을 좀 다니고 싶은데 강아지 때문에 집을 비울 수가 없어서 고민하던 중 마침 아는 사람이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하길래 아픈 마음을 참아가며 그 사람한테 입양을 보냈다고 한다. 

그렇게 입양 보내고 몇 날 며칠을 밥도 못 먹을 정도로 마음이 아팠는데 얼마 뒤 그보다 훨씬 더 마음 아픈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강아지를 가져간 사람이 이사를 하면서 그 강아지를 또 다른 사람한테 입양 보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칠순을 넘긴 그 노인 어른이 눈물을 글썽였다. 주인이 바뀌고 살던 집이 바뀌고 하면 애완동물들이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그분이 잘 알고 있었다. 여행을 이유로 사랑하던 강아지를 입양 보낸 것에 대해 큰 죄책감을 느끼는 듯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까지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 없었다.
 

방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갈 때 이용하는 정원모습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나 역시 여행을 가게 될 때마다 가장 큰 고민거리가 브루스문제다. 특히 넓은 정원과 숲을 누비며 지내는 아웃도어 고양이로 길든 브루스는 남의 집에 맡길 수도 없고 고양이 호텔에 보낼 수도 없다. 처음 입양 왔을 때 며칠을 제외하고는 단 하루도 집안에 갇혀 지낸 적이 없는 녀석이라 그런 곳에서는 단 하루, 아니 한 두시간도 견디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행을 떠나면서 집안에 혼자 가둬놓고 갈 수도 내놓고 문을 걸어 잠그고 떠날 수도 없다. 그래서 궁리해낸 방법이 2층에 있는 우리 침실 창문을 아예 열어놓는 것이다. 그 창문 밖에는 평소에 브루스가 올라가 낮잠도 자고 가끔 창문을 통해 방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데크처럼 나무판을 깔아놓은 게 있다. 격자무늬 울타리를 타고 그 나무판에 올라가면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들어가고 반대로 바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울타리 위에 앉아 있기를 좋아하는 브루스


지난여름엔 미국 뉴욕에 사는 딸이 남자친구와 휴가차 집에 왔다가 가족이 함께 밴쿠버 아일랜드에 있는 토피노 라고 하는 바닷가에 2박 3일 여행을 갔었다. 그곳에 간 이유는 딸이 서핑을 좋아하는데 토피노 해변에 서핑하는 곳이 여러 곳 있기 때문이다. 그때도 블루스는브루스는 조카한테 맡겼다. 나중에 돌아와 얘기를 들어보니 브루스녀석이 첫날 밤은 평소대로 9시쯤 귀가를 했는데 다음날은 좀 늦은 자정이 넘어서 들어왔다고 한다. 조카는 '브루스가 큰엄마 큰아버지 안 계신 것을 알고 나면 집에 늦게 들어오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조카 말대로 녀석이 우리가 어딘가 가고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자 우리가 집에 돌아오던 셋째 날은 아예 집에 안 들어오고 외박을 했다. 아내가 걱정하며 새벽 4시까지 기다리다가 지쳐서 그냥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침에도 나타나질 않았다. 첫날 저녁에 평소대로 일찍 집에 들어와 보니 엄마 아빠가 집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둘째 날은 느즈막히 느긋하게 귀가했던 것 같다. 

문제는 셋째 날이었다. 녀석 딴에 엄마 아빠가 계속 집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굳히고 아예 외박했다가 딱 걸린 것이다. 자기 딴에 머리를 많이 굴린 게 틀림없다. '엄마 아빠 집에 없을 때 밤새 내 맘대로 실컷 놀아보자' 고 잔머리를 굴린 것 같다. 녀석이 외박한 다음 날 우리가 여행에서 집에 돌아온 것을 알고 그날 저녁에는 평소대로 9시경 귀가한 것을 보면 그런 추리가 가능하다. 아마 녀석이 이렇게 생각했는지 모른다. '에이, 이제 더 외박하긴 다 틀렸네!'라고.

 

컬럼니스트 주호석  genman2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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